3계절을 넘나들고온 지리산.
09년 1월17~18일 무박산행
코스(총 18km) : 내대리(거림) ~ 6km ~ 세석산장 ~ 5.1km ~ 천왕봉 ~ 5.4km ~ 중산리매표소 ~ 1.5km ~ 주차장
산행시간(총 9시간) : 내대리(03:35) ~ (05:50)세석산장(06:10) ~ (07:45)장터목산장(08:55) ~
(09:30)천왕봉(09:40) ~ (10:35)로타리대피소(10:50) ~ 중산리(12:10) ~ 주차장(12:30)
얼마나 기다리던 지리산 산행이던가.
새해첫일출보러가려고 가는 산악회 찾아도 주변에서는 가는곳이 없어 결국 평택에서 새해일출을 맞이했다.
그렇게 지리산을 그리워하고 있던차에 지리산 산행소식이 들려온다.
잡혀있던 친구들과의 약속은 담으로 미루고 저녁식사모임에만 참석했다가 지리산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지리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다가오는 부담감때문인지 산행인원은 비교적 적은편이다
한산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간 버스는 휴게소에서 두어번 쉬고서 3시반쯤이되자 내대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려 여장을꾸리고 산행준비를 하고서 랜턴불빛을따라 산길을 걷기시작한다.
날이 가물어서 낙옆이 쌓인길을따라 걷는다.
눈이좀 펑펑와줘서 눈꽃산행을 할수있기를 기대했지만 날씨는 기대를 가차없이 꺽어버렸다.
이건 날씨도 겨울치고서는 따뜻하고 낙옆쌓인길에 먼지를 일으키며 걷다보니 이건 겨울산행이 아니라 가을산행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고도가 올라가니 덜녹은 잔설의 흔적들이 조금씩 보이기는 한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짙은 안개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안가 선두에서 비가오기 시작한다는 무전이 날라온다.
이런 덴장... ㅡㅡ;;;
겨울에 비맞고 능선길 걸으려면 낭패보기 쉽상이다 싶어서 혼자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안개는 한치앞도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짙어졌다.
뒤에서 쫒아오던사람들과 격차벌어진지도 오래이고 선두는 이미 한참을 갔을거라 따라잡을 생각도 안한다.
산악회와 함께와서 호젓하게 나홀로 산행을 즐기게 생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걷다보니 저앞에 불빛이 보인다. 선두다.
대략 세석까지 1.5km정도 남겨둔지점정도 되었던것같다.
그렇게 완만한 산길을따라 정상근처에 갔을때는 눈도 제법쌓여있었다.
세석산장에 도착할때쯤에는 안개와함께 눈발이 휘몰아치고 산장안에는 새벽을 준비하는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계란과 귤로 간단하게 속을채워주고 장터목을 향해서 출발...
출발전 화장실좀 다녀올께요하고 화잘실 다녀온사이 다른사람들은 먼저 출발했나보다.
ㅜ.ㅜ;;; 버림받았다.
다시 혼자서 좀 가다보니 앞서간분들과 다시 만났다.
그렇게 눈보라를 뚫고 장터목을 향하면서 말없이 묵묵히 걷기만하고있다.
삼신봉쯤이었나보다.
여기가 어느봉우리죠? 연하봉쯤 왔으려나요?
뒤도 안쳐다보시고 그냥 가시는 형님들... ㅡㅡ;;;
아직 어둠이 가시지않은 시간이라 보이지 않을걸 알면서도 바위위에 올라서서 잠시 숨을고르고나니 형님들이 안보인다.
또다시 버림받았다. ㅡㅡ;;;
이왕 이렇게된거 구경이나하면서 슬렁슬렁 가기로하고 카메라셔터도 눌러보지만 내공이 미천한지라 영 시원찮다.
그렇게 얼마를가니 장터목 산장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발병안나구 먼저 도착하셔서 식사준비를 하고계신다. ㅋㅋㅋ
나도 얼릉 라면끓여서 식사를하고 형님들 먼저출발하시고 난 뒤팀을 기다리기로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않고
결국 9시가 다되어 다시 홀로산행을 시작한다.
천왕봉까지 가는길에 부는바람은 이제까지와는 완전 딴판이다.
측면이나 뒤에서불때는 그냥 가지만 정면에서 맞바람 불어올때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주목군락을 지날때는 그 황홀한 광경에 불어오는 바람마져 시원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러지못했음이 이렇게 아쉬울수가...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모든것을 날려버릴 기세다.
그렇게 정상에서 바람을 만끽하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공포의 수직강하 하산길...
조심조심 한발한발 내딛으며 중산리를 향하는데, 눈발의 기세가 꺽일줄을 모른다.
법계사근처쯤 왔을때는 눈반 비반 완전히 젖은눈이 내린다.
고어텍스라고는 하지만 어깨에 쌓인눈이 체온에 녹는바람에 옷은 이미 흠뻑 젖은상태다.
장터목산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간 우비를 꺼내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이제는 눈이 아니라 완전히 비로 바뀌어 등로는 물줄기가 흐른다.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5.4km가 이렇게 길었던가?
아무리 그래도 올라가는 시간보다 더 걸려서야 이게 말이나.... ㅡㅡ;;;
걷고 또 걸어도 날머리는 보이지않고 나홀로 산을 내려선다.
한참후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했는데, 그렇게 반가울수가...
비도 그쳐서 우비도벗고 가벼운차림으로 내려가는데 날씨는 완전히 봄날처럼 포근했다.
새벽에 출발부터 하산시까지 몇시간만에 가을 겨울 봄 지리산의 3계절을 넘나들다 온듯했다.
언제쯤이나 다시오려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렇게 오늘의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