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화천 DMZ 대회 참가기
전화가 울린다. 종민이다.
"형 대회 안나가실래요? 화천대회..."
"응? 생각은 하고있었는데, 멀기도하고......"
......
그렇게 대회참가가 결정돼었다.
소백산 대회나 나가보려다 지방선거때문에 미뤄져
가을에나 한번쯤 나가보려했는데, 어쩌다보니 대회참가가 당겨졌다.
참가자는 네명.
"내차에 잔차 다 못 싣는데..."
"괜찮아요. 저 캐리어 있어요."
"트렁크에 잔차 안들어가는데..."
......
금욜밤 퇴근하고 저녁먹구 씻구나서 토욜 출발할 생각을해보니
잔차를 미리 실어 놓아야 할것같다.
토욜 퇴근하구 잔차싣구 뭐하구 뭐하구 하다보면...
휠셋 분리하고 트렁크에 잔차를 넣어본다.
이렇게 넣어보고 저렇게 넣어보고 도저히 답이 안나온다.
먼저 싯포스트를 빼고 넣어보니 역시나 안된다.
좀 낑낑거리다보니 땀이 줄줄줄... 젠장 샤워 싹 했는데...
이번엔 핸들분리하기로... 헤드를 풀려다보니 렌치가 4mm밖에 없다.
결국 스템을 풀고 핸들 분리하여 상차완료.
찬물에 샤워하고 자려는데, 몸에선 아직 열기가 남아있다.
날이 더운건가? 아님 전날먹은 인삼막걸리의 기운이 남아있는건가?
선풍기를 틀어놓구 잠이든다.
담날아침. 엄마가 부르셔서 대답을 하려는데, 목소리가 안나온다. ㅡㅡ;;;;
환장하겄네. 이건또 무슨 경우래?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 덕분에 목감기가 온것이다.
코에서 맑은물이 주르르륵~~~
뜨건물 마시고 종합감기약 하나먹구 출근.
사람들마다 일찍들어가서 쉬란다. 조퇴? 우리나라 말같기는 한데...
종민이랑 수겸이도 전화하더니 목소리 듣고서는 놀란다.
화천은 어떻게해야하나? 고민에 빠진다.
엄마도 말리고 주변에서도 가긴 어딜가 약먹구 잠이나자란 분위기다.
내가 안가면 종민이 수겸이도 못가고, 남부방 파토나는데...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타오구 화천행 강행...
퇴근하고 평택역에서 수겸이랑 종민이 만나 짐싣고 고고고~
춘천.
한 3년만에 와보는것 같다. 철로도 고가로 바뀌고 많이 변한것 같다.
춘천을 왔으니 춘천 닭갈비로 저녁식사를하고 반주로 소주도 한잔씩...
기억을 더듬어 평택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모텔을 찾아갔다.
작은방은 모두 나가고 큰방만 있다는데, 가격은 후덜덜...
혹시나 해서 다른 모텔로가보니 주말저녁이라 가격은 모두 안드로메다로...
좀더 외곽으로 나가다보니 좀 오랜듯한 건물에 모텔이있다.
저렴하게 3만5천원. 콜~~
짐풀고 샤워하고 일본전보구 일찍 잠을 청한다.
잠자리가 설어서 그런가 잠이 오질않는다.
수겸이도 잠이 오질 않는가보다. 대회라구 떨려서 그런가? 잠자리가 바껴서?
둘이 이런저런 예기하는데, 수겸이전화벨이 울린다. 여친...
한참 통화하더니 들어와 눕고선 금방 잠든다. 난 여전히 뒤척뒤척...
수겸이가 자꾸 품으로 찾아든다. 수겸아 팔배게 해주기에는 너가 너무 컸잖아.
밤공기가 차다. 종민이가 추운지 중간에 일어나서 창문을 닫는다.
그러구서 좀더 뒤척이다 깨었다 잠들었다 하기를 반복하니 6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씻고서 중간에 해장국집 문연곳있으면 아침해결하기로 하고 화천으로 고고고
잔차 싣고가는 차들이 많이 눈에띤다. 아마도 화천가는 차량들이겠지?
시내를 벋어나기전 해장국집에서 소고기국밥을 한그릇씩 먹는다. 좀 짜다. 소금대신 물로 간을한다.
사람들이 들어온다. 또 들어온다. 또,또,또...
다들 잔차 타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 해장국집은 두시간정도만에 하루장사했을듯...
식사를 마치고 볼일 해결하고 화천으로 가는길은 마라톤대회 역코스로 달린다.
바람 냄새부터가 다르다. 공기좋고 경치좋고 기분도좋고 함께한사람들도 좋고...
구불구불한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화천을 향한다.
종민이는 라이딩하면 좋을것같다. 자출해도 좋겠단다. 글다가 회사가서 피곤해 졸면 어쩔꺼야? ㅡㅡ;;;
화천
운동장에는 대회를 알리는 대형 에드벌룬이 떠있고, 도로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운동장에 도착하여 잔차 다시 조립하고, 집결지로 이동하여 몸도풀고 대회시작을 기다린다.
"평택걸음마? 걸음마면 혹시 인라인동호회 아니에요?"
"맞아요. 인라인 동호회인데 외도하고 있어요"
......
누군가 걸음마를 알아본다. 그분은 엠티비로 출전하셨는데 인천에서 인라인 타시는 분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단체버스가 늦어 다소 늦긴 했지만 대회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부문별로 출발지로 이동 집결한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린다. 통합부 출발이다.
썰물빠지듯 밀려나가는데, 젊은것들 다르긴 다르군. 잘들 달린다. ㅎㅎㅎ
그리고 내가 속한 배테랑부도 출발선앞으로 이동한다. 30초 간격으로 각부문별 출발한다.
출발
총성이 울린다. 선두가 쏜살같이 뛰쳐나간다.
'쳐다보지마, 쳐다보지마 따라가면 퍼져서 완주 못할지도몰라 적당히 중간쯤에서 페이스 유지해'
그렇게 선두를 보내고 중간쯤에서 출발하여 얼굴도 모르는이의 뒤에 붙는다.
이거 팩이었으면 좀 덜 미안할듯한데, 두어명이 가는데 피만 빨자니 괜히 미안해진다.
앞으로 나선다. 쭉쭉 잘 나간다. 혼자서도 40정도는 가뿐하게 나온다. 뒷바람인가보다.
그런데 뒤에서 쪼차오질 않는다. 모르겠다. 그럼 앞사람이나 따라가야지.
그런식으로 반복돼다보니 자꾸만 앞으로 슬슬 페이스가 흐트러진다.
아~! 그토록 다짐을 했지만, 결국은 이모양이됐군...
잠시후 개떼 몰려오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를 봤더니 떼거지로 몰려온다.
마스터부 선두그룹이다. 그룹에붙어 열씨미 달린다. 속도계가 쭉쭉 올라간다. 45.46....
올라가더니 내려올줄을 모른다. 이거 미친거 아니야? 나중에 확인한거지만 순간최고 51키로를 넘겼더라는...
이러면 퍼질텐데 퍼질텐데 다리에 입질도온다. 결국 낙타등에서 살짝 떨어진다.
댄싱으로 쪼차가 말어 고민하다 그대로 보내버렸다. 아니 댄싱을했어도 못쫓아 갔을거 같다.
그러고 대열에서 이탈한 다른이와 둘이서 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안양방님들이다. 나 신고식때 죽음의 문턱에서 발을 떼었다놨다할때, 동행해주신분들... 커피 대접한다 해놓구선 세달이 되도록 못하고있다.
그룹에 묻어가는데, 한방울 두방울 떨어지던비가 장대비가되어 쏟아붇는다.
위에서 내리치고 아래서 올려치고 정신을 못차리겠다.
일부 선수들은 비를피해 민가로 대피했다. 나도 잠깐 비좀 피해갈까? 다운힐 무사히 내려갈수있을까?
이정로 비가 내리면 정상에서 다운힐할때 위험할텐데, 걍 대피해있다 그치면가고 아니다싶으면 걍 되돌아가?
이런저런 고민고민을 하다보니 페달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대열에서 점점 벗어나고있었지만, 그건 더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몸은 달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멈추어 있었다. 클릿을 풀일만 남았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할즈음 비가 그친다.
이미 그룹에선 떨어진상황 몸도 마음도 욕구도상실... 왔으니까 어쩔수없이간다.
잠깐가다 우회전하여 다리를 건너니 엄청난 업힐이 나타난다.
업힐 시작하자마자 클릿을 풀고싶어진다. 얼마안가 클릿을 푼 사람들도 있다.
처음부터 풀이너로 꾸역꾸역 페달질하면서 올라간다. 클릿을 풀고싶어도, 다리가 풀려도...
그런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없다. 이렇게 긴 업힐은 첨이지만 체력은 엥꼬불이 아까부터 들어왔다.
아~~!!! 뒷주머니에 파워젤이 있었지. 얼릉 꺼내서 빨아먹었다.
먹고 났더니 힘이 불끈불끈 솟은건지, 코스 경사도가 약해진건지 페달링이 가벼워진듯하다.
그렇게 욜라 힘쓰면서 올라가는데, 웅웅거리는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엠티비 선두들이 엄청난 케이던스로 치고 올라간다.
엠티비의 트리플기어가 어찌나 부럽던지... 우쓰한테 12-27스프라켓 빌려달라고 하려다 말았는데, 그거라두 빌려올껄...
한참을 끙끙거리며 올라가니 드뎌 하늘이 보인다. 만신창이가된 몸을 이끌고 1차 체크포인트를 통과한다.
체크포인트를 지나 해산터널을 지나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한기까지 느껴진다.
터널을 빠져나온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며 눈이부시다. 터널 반대쪽은 소나기에 바닥은 아직도 젖어있는데....
정상에서 물 보충하고 바나나먹구 쉬고있는데, 아까 걸음마 알아보시던 분이 계신다.
예기를 들어보니 엠티비쪽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순간 최고속도가 48을 넘었다고하니... ㅡㅡ;;;;
인간이기를 포기한 새로운 종족들을 눈앞에서 보고있었다.
자원봉사자분께서 부지런히 내려가라고 하신다.
머 그럼 내려가서 좀 쉬다갈까? 산정상부의 구불구불한 도로를달리며 내려다본 경치는 너무 좋았다.
타임체크하는 구간이 아니라 관광라이딩을 즐길수있었다 더구나 대회중에 관광라이딩이라니... ㅎㅎㅎ
본격적인 다운힐코스로 접어드니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가도 50을 넘나든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는데 중간에 차가 멈춰서있다.
무슨 사고가 난 모양이다. 코너에서 속도를 못이겨 사고가 난듯하다.
한명이 잔차를끌고 나오며 멈추라고 신호를한다. 나오지도않는 목소리로 비키라고 소리쳐도 계속 나온다.
난이미 풀 브레이킹인데... 뒷바퀴도 미끄러지고 있는데... 길막고 튀어 나오면 어쩌자는거니?
나랑 같이 죽자고? 이건 엠티비랑 브레이크가 틀리단 말이지...
겨우겨우 피해서 돌아보니 뒤따라오던 엠티비는 멈춰서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듯하다.
나도 환자를 돌보고 싶었지만 뒤돌아 올라갈수도 없고 가던길 계속간다.
5~60키로정도로 코너를 돌아돌아 내려오는데, 나중엔 다리가 후달리더라는...
평화의 댐에서 다시 멈춰서 바나나랑 물한모금 마시고 평화의종 앞에서 평화의댐을 구경한다.
그 규모가 엄청나더라는.... 하지만 물이 저수돼지않아서 멀리서 봤을땐 댐인줄 몰랐다는....
화장실가서 생리현상 해결하고 가는사람들 있음 같이 묻어갈까 했는데, 가는이들이 별루 안보인다.
다시 댐아래로 이어지는 강한 경사로를 내려가니 바로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길이다.
저만치앞에 한명간다. 따라붙는다. 같이 가고 싶었으나 그게 안돼나보다.
머 그렇게 혼자가다보니 업힐이 나타난다. 이번 업힐은 경사도가 더 세다.
첨엔 앉아서 꾸역꾸역 패달을 밟는다.
쨍하게 내려쬐는 강한 햇살아래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다못해 줄줄줄 흐른다.
미벨 세대가 나란히 나를 휙하고 지나쳐간다.
으아~! 아까는 엠티비에 따이더니 이젠 미벨한테도 따이는구나... ㅡㅡ;;;
갈수록 경사도가 심해진다. 엄청난 기어비로 폭풍페달링으로 해산령을 오르던 엠티비 마져도 끌바를 하게 만든다.
그래도 난 끌바는안해 상대적으로 위안을 받으며 정상으로가는데 너무힘들어 지그제그로 올라간다.
그래도 힘든건 마찬가지다. 다시 정상코스로 댄싱으로 올라간다.
아니 댄싱이라기보단 시팅페달링이 불가하여 어쩔수없이 스탠딩 페달링을 할뿐이다. 앉아서 한번밟으면 다시 일어서야한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업힐도 끝이 보인다. 저만치 정상즈음에 사진을 찍고있는데 표정관리는 고사하고, 신경쓸 겨를도 없다.
드뎌 정상. 자봉하시는분들이 건내주시는 물한통 받아마시고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첨엔 조금 브레이크를 잡다가 내려오다보니 코너가 심하지 않은듯하여 브레이킹없이 활강을 시작한다.
아까 올라가면서 그렇게 힘들었던것에대한 보상이다.
풀아우터에 힘들지않은 페달링으로 60키로를 넘나들며 내리쏜다. 골인점까지 이렇게 달리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내려오니 다시 평지이다. 그래도 40키로정도를 유지할수가 있다. 그래 로드는 이맛이지.
아까 따였던 엠티비들을 따라잡는다. 뒤를 힐긋 쳐다보니 하나둘 뒤에 붙는다.
다리에 힘이 슬슬 빠지기 시작한다. 아까 함묵령에서 합류한 413번 형님께서 피나누기에 동참하여 힘을 보태 주신다.
하나둘 달리는 엠티비을 따라잡는다. 그들도 붙는다. 자의반 타의반 수거반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수거하다보니 하나의 팩이 만들어졌다. 힘 딸려 페달링이 무뎌지면 413번형님이랑 엠티비중 한명이 나와서 끌어준다
세명이 로테이션하며 힘닫는데까지 뽑아본다. 대략 7키로 정도 남기고선 다리가 뭉친다. 제길슨...
여기서 이러면 어쩌자는거니? 조금만 더 버텨자. 속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페달을 돌리다보니 저만치 운동장이 보인다.
결승점을 얼마남기지않고 오르막처럼 보이는 구간이 나타난다.
약간의 경사에도 반응을보이는 시점이라 탄력으로 넘어갈겸 허리도 펴줄겸 댄싱을 시도하는데, 종아리가 확 굳어버린다.
페달링도 안돼고, 여기까지 팩끌고 왔는데, 여기서 버려지나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종아리를 최대한이완시켜주니 쥐나서 완전 굳어버리진 않고 레이스 유지할정도는 된다.
결국 그렇게 골인점통과하고 골인점에서 다시 엠티비와 미벨에게 따여버렸다. ㅜㅜ;;
그래도 결승점 통과하니 같은팩에서 오신분중에 잘했다고 엄지 치켜주시는분도있고, 박수쳐주시는분도있다.
오는동안 한번도 피 안나눠주더니, 들어와서 동호회사람한테는 자기가 혼자 바람막이한거마냥 예기하는 사람도 있고...
머리가 핑돈다. 힘 다 쏟아부은듯하여 기분은좋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초반에 페이스조절 못하고 오버한게...
힘들긴했지만 재미있는 대회였다.
준비도 많이한티도나고... 비빔밥, 막걸리 무한리필, 응원가족들도 무료제공 자봉배치 등등...
인라인대회는 마치고나면 게시판에 비난글부터 올라오는데, 이대회는 긍정적인글들이 많을듯싶다.
나중에 기회돼면 다시오고싶은 대회로 기억될듯하다.
대회준비하느라 고생한 대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같이 고생한 수겸이와 종민이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