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전거 최고속도 기네스기록
기네스북 기록 세운 비결
바람막이 차 뒤에서 페달 밟아… 사이클 경주도 뒤쫓으면 힘 덜 들어
공기저항을 제어하는 것은 스피드를 다투는 모든 스포츠의 공통 숙제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로 통하는 F1(포뮬러원)에 출전하는 각 팀은 경주차의 공기역학(aerodynamic) 개선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
사람의 힘으로 바퀴를 굴리는 자전거도 공기저항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기저항만 없다면 자전거는 놀랄 만큼 빠르다. 네덜란드의 사이클 선수 프레드 롬펠베르크(66·사진)는 1995년 특수 제작한 '바람막이'를 장착한 경주차 뒤에서 페달을 밟았다. 한 번 페달을 밟을 때 나가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자전거에도 '이중 기어'를 장착했다.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달린 롬펠베르크는 최고 시속 268.8㎞을 기록, 기네스북에 올랐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물리학에서 속도가 3배 빨라지면, 공기저항은 9배 증가한다"면서 "속도를 방해하는 공기저항을 극단적으로 줄임으로써 자전거로 상상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문 박사는 "경주차 뒤에 형성되는 저기압이 롬펠베르크의 자전거를 앞으로 당겨주는 인력(引力)까지 만들어내 스피드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창 진행 중인 국내 최대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도 공기저항이 승부를 가른다. 사이클은 혼자 달리는 개인 운동이지만 팀원들이 번갈아 대열의 선두를 맡아 달리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여러 대의 자전거가 길게 한 줄로 달리면 선두를 제외한 나머지는 공기저항이 크게 줄어 적은 힘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일본 혼다 기술연구소의 후지이 노리아키(52)는 '로드 바이크의 과학'이라는 저서에서 "4명이 선두 교대를 하면 혼자 달릴 때보다 평균 81%의 힘으로 같은 속도를 낼 수 있고, 똑같은 힘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약 7.8%의 스피드 향상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실제로 4㎞ 개인추발 한국기록은 4분26초089(장선재)이지만 4명이 팀을 짜서 달리는 4㎞ 단체추발 한국기록은 4분6초598(광저우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이다. 혼자 달릴 때는 평균 시속 54.1㎞이지만 팀원들과 번갈아 선두를 맡아 달리면 평균 시속 58.4㎞를 내는 것이다.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 중인 사이클 국가대표 조호성(서울시청)은 "한 팀에 최대 6명까지 출전하는데, 바람막이 역할을 통해 '에이스' 선수를 밀어주는 레이스 전술이 치열하게 펼쳐진다"고 말했다. 조호성은 "앞사람을 뒤쫓아 달리는 선수는 30~40% 정도 힘이 덜 든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투르 드 코리아' 제4구간 경주(군산~당진·137.8㎞)에선 얀 키르시프(홍콩챔피언시스템)가 3시간25분45초로 우승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8/20110418023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