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0. 21:15ㆍ등산 이야기
지난주 속리산에 이어 이번주에는 금수산을 다녀왔다.
금수산은 94년도인가 다녀오고 14년이 훌쩍지나 다시 찾게 된 산이다.
그당시에는 안개로 인하여 조망은 없고, 힘들었다는 기억밖에 없는 산이다.
그래도 다녀온 사람들 후기로보면 꼭 가보고 싶었던 산이다.
원래는 지난주 산행도 길고해서 이번주는 가벼운 산행을 하려다 갑자기 상고대가 보고싶다.
상고대가 필거라는 기대는 하지않았다. 그저 보고싶다는 맘으로 고지가 높은산으로 가보자 한산이 바로 금수산이다.
이번 산행은 계획없이 확 결정한데다 코스도 힘들것같아 나홀로 산행을 즐기기로 한다.
저녁을 먹고나서 친구들과 가볍게 소주한잔을 걸치고 내일 산행을 위하여 집으로 들어왔다.
씻고나서 자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친구다.
"뭐하냐? 소주나 한잔하게 나와라"
"안돼 나 내일 산에 가야돼"
"산은 무슨 산이여 걍 나와서 한잔해. 누구랑 가는데?"
"혼자"
"혼자? 미쳤구나. 산에 뭐하러 가냐? 그리고 혼자서 무슨 산이여?"
미쳤다고? 맞다 내가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것 같긴하다.
뭐하러 가냐고? 너희들이 어떻게 알겠냐 산에 오르면서도 나도 모르겠다. 그걸 알러 간다.
아침 6시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전날 마신 술기운이 아직 살작 남아있는듯 하다.
어쩌나 고민을 하며 이불속에 누워있다가 일단은 씻고 가방이랑 옷을 챙겨서 나왔다.
주차장에 나와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 폐속으로 찬공기가 지나가는게 느껴진다.
남아 있는듯한 술기운도 곧 사라진다.
앞유리창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시동을 걸고 앞유리의 성애를 제거 하면서 금수산에도 충주호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금수산에 이쁜상고대를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한다.
출발시간을 보니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나오다가 김밥집에 들러서 점심때 먹을 김밥을 한줄 사가지고 본격적으로 제천으로 향한다.
아직은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먼산에서는 이제 동이 트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하늘을 보니 구름한점없이 날씨가 더없이 좋아보인다.
산자락 아래는 뽀얀 안개가 마을을 감싸고 있고, 어제 내린비로 인하여 시야는 깨끗한 상태다.
먼발치산까지도 깨끗하게 보인다.
제법 고지가 돼어보이는 산들 정상에는 하얀것이 눈이 제법 싸여있는것 같다.
그러고보니 아이젠을 챙겼어야 했는데, 아직은 괜찮겠지하고 안챙겼는데, 괜찬으려나?
이제와서 다시 돌아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가고보자는 맘으로 금수산을 향한다.
오늘은 다른것 기대보다는 깨끗한 조망으로 만족하고 와야겠다.
제천을 지나 82번국도로 접어들어 충주호를 끼고서 구불구불한길을 돌아나간다.
충주호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모습또한 가경이라....
금수산에 가까워질수록 산새가 수려하며 희미하던 먼 산세도 해가뜨면서 선명해진다.
얼마지나지않아 상천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을 내려주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버스와 차량들이 기다리고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상천리주차장~금수봉~망덕봉~용담폭포~주차장이다.
나도 가볍게 다리좀 풀어준후 옷과 장비를 챙기고, 정상에서 먹을 점심식사거리와 중간에 먹을 간식까지 챙겨서 산행을 시작했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이 나타난다.
산행로 입구에는 아이젠을 착용하라는 팻말이 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겨울산행이구나. 장비 챙겨놔야겠다'
금수산 명성에 비해서 등로개발이 덜 이루어진것 같았다. 찾는이도 생각만큼 많은것 같지도않고...
차라리 잘됐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산보다야 호젓한 산행을 즐길수있는 산행이 제맛이지.
초반 오름길에 발이 아파온다.
지난겨울 신다가 날풀리면서 가벼운 등산화로 바꾸었다가 오늘 첨신어서 그런지 약간 어색하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계속 오른다.
이마에서 땀이 맺히는가 싶더니 이내 굵은 땀방울이 떨어진다.
얼마쯤 오르자 오름길대신 산책로같은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초반에 부지런히 걸었더니 앞서출발한 사람들을 만난다.
후미에 붙어 산행속도 조절하며 숨좀 고르며 가려는데, 앞에서 부담스러운지 길비켜주며 먼저 가라고하신다.
고맙다는 인사와함께 그들을 지나쳐 얼마를 가자 그들은 보이지않고 또다시 혼자만의 산행을 즐긴다.
곧게 하늘로 뻗은 나무가 참 시원하다.
부부로 보이는 두분이 나란히 산행을 즐기신다.
참 보기가 좋다. 나도 결혼해서 와이프랑 저렇게 산행을 즐길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부부산객을 뒤로하고 오름길을 오른다.
고지가 높아지면서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고지에 비례하면서 쌓인 눈의양도 늘어난다.
어쩌면 눈꽃을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어제 눈이 내리긴했지만 강풍이 불어서 다 떨어지고 없을거라고 채념하고 있었던 차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오름길을 계속하다보니 목책계단이 나타난다.
전에는 밧줄로 릿지구간으로 계단이 없었던것 같은데, 하도 오랜만에 왔더니 그사이 계단이 생긴것 같다.
정상부를 바라보니 계단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숨한번 크게 들이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한번에 올라가야지 가다가 쉬면 더 힘들어 지니까 계속 올라간다.
사점이 가까워지는듯하다.
계곡쪽을 타고오르다보니 나무가지에 눈이 제법 붙어있다.
그러는가 싶더니 고지가 좀더 높아지자 이내 눈꽃으로 바뀌었다.
이게바로 횡재라는거다. 기대도 않았는데, 눈꽃을 보게되다니...
한참을 오르니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는 제법 눈이 보인다.
쌓인양을보아하니 발목까지 올라온다.
남들 밟지않은 신설을 밟아보고싶은 욕심에 잠시 등로를 벗어났다가 이내 다시 정상등로로 복귀한다.
여기서 잠쉬 쉬어갈까? 집에서 준비해온 사과를 꺼내어 반쪽으로 쪼개어 반쪽을 깨물었다.
입안가득 아삭한 사과향이 그리 시원할수가 없었다.
전화밸이 울리는데, 누구인가 확인하니 친구다.
상고대를 그리 보고싶어한 친구였는데, 같이왔으면 좋았을걸하고 생각해본다.
거기서 10여분을 쉬었더니 능선을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진다.
다시 추스려서 능선길을 오른다. 얼마안가 앞서출발한 산객들과 만났다.
점점 눈의 양은 많아지고 산행속도가 점점 떨어진다 막판 된비알에서는 진행이 되질 않는다.
눈이오고나서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않아 등로찾기가 어려운듯하다.
내가 앞으로나가서 치고나가니 뒤로 행렬이 이어진다.
이기분이야 남들 밟지않은 신설을 러셀하고 가는 이기분. 안해본사람은 모를것이다.
정상부에는 눈꽃이 만개하였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눈꽃을 보게되니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것같다.
절벽의 사면에 피어난 눈꽃이 산호초 같기도하다.
막판고개를 넘자 금새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에서바라본 월악방면의 조망
정상의 소나무
앞으로 가야할 망덕봉을 조망한다.
정상에는 반대쪽에서 넘어오신 분들이 자리하고 계신다.
무전내용을 들어보니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는것 같은데, 정상이 협소하여 불가능해 보이는데,
정상상황을 모르는 후미에서는 무조건 기다리라고한다.
정상석에서 증명사진을 찍어야하는데, 한분이 정상석을 의자삼으시더니 비켜줄 생각을 않으신다.
결국 10여분을 기다리다 결국 상리쪽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에 본 바위틈새에 자리잡은 소나무.
저기에 뿌리 내릴공간과 흙이나 있는지.
저 강인한 생명력...!!!
하산길에 눈꽃한컷더...
점심먹을장소를 물색하며 내려가는 길에는 반대쪽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과 인사한번씩 나누며 계속 진행하다보니 상리 망덕봉 갈림길 바로전에 전망좋은 바위가 나온다.
그래 오늘의 점심식사장소는 이곳이다.
준비해온 점심거리를 꺼내 점심을 차리고 기다리자니 땀이 식으며 몸이 차가워지는것을 느낀다.
라면이 끓는 시간동안 가방에 준비해간 마른옷으로 갈아입고 깨끗하게 보이는 월악산을 조망하며 혼자만의 만찬을 즐긴다.
정상부 눈밭에서 먹는 라면맛 먹어본사람만 알수있다. 게다가 계란까지 풀어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경치를 조망하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산길을 재촉한다.
점심먹으면서 바라본 월악의모습...
산아래 앞에는 충주호가 보이고 저멀리 월악산의 영봉이 중봉 하봉과 함께 조망된다.
하산하면서...
상리주차장 망덕봉 갈림길에서...
올라오는길에는 카메라를들고 오느라 스틱을 사용하지않고 오긴했는데,
하산길에는 길도 미끄럽고 위험할것같아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스틱을 적극 사용하기로 한다.
한무리의 동호회 산객들이 몰려가는데, 방향이 망덕봉이라고 한다.
그럼 이사람들 따라가야 돼는군 하면서 별 생각없이 진행을 한다.
대략 10분 이상을 능선아래 계곡길을 걷는다.
방향이 이상하다 하면서도 조금더 진행해본다.
계곡에서 능선쪽으로 치고나오자 좌측에 망덕봉이 보인다.
작성산 방향으로 가고있는것이다.
이런~~!!! 등산지도에 나침판들고 무전 주고받으며 가길래 의심없이 쫒아왔더니 이런결과가...
방향을 잘못잡은것을 알고 나는 돌아나오는데, 갈피를 잡지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중 한명이 나에게 길을 물어온다.
나도 이번코스는 처음이라 확실히 모르는데, 길을 잡을테니 따라올려면 따라오라고했다.
대신 나도 확실한것은 아니라고 다짐받은후에 넘의 동호회를 이끌고 망덕봉 길잡이가 돼어버렸다.
다시 상리쪽 가는 갈림길로 나와서 바위위로해서 망덕봉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이번엔 제대로 잡은것 같다.
이코스는 발자국이 있기는한데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지않는 코스로보인다.
지금까지 암릉을 지나왔다면 이제부터는 육산의 능선을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발걸음도 가볍다.
한참을가자 망덕봉방향에서 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하고 서로 인사 주고 받는다.
"얼마나 남았어요?"
물어본다. 어떤대답이 나올지 예감하고 웃는다.
"5분만 더가면 됩니다. 힘내세요"
"항상 그렇죠 뭐~~!"
"좋은 구경 많이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세요"
그렇게 인사를 남기고 다시 혼자만의 산책을 즐긴다.
잡목이 우거져서 조망이 없고, 날씨가 오후되면서 푹해지면서 나무위의 눈꽃들도 떨어져 내린다.
한참을 가다보니 얼음골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내려갈까하다가 이왕온거 코스 다 밟고 가자는 맘에 망덕봉까지 갔다가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내려오면서 부산에서 3시간반 걸려서 왔다는 한팀본 이후 쭉 혼자이다.
눈이 녹아 질척이는 산길을 한참 내려오다보니 독수리바위? 가 우측으로 조망되며 다시 암릉 지대가 나온다.
하산길 암릉지대의 고사목. 저자리에서 얼마의 세월을 지냈을까?
여기서 아까 올라오며 먹었던 사과 반쪽을 꺼내어먹고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았다.
잠시후 하산객 한명이 먼저 지나쳐 내려간다.
나도 다시 가방챙겨서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암릉지대인데다가 산객들이 별로 없어서 등로는 거의 개발이 안된상태이다.
몇미터씩 바위사이로 내려가야하는데, 밧줄하나 딸랑이다.
여성 산객들에게는 좀 위험할듯하다. 여성분들과 함께할때는 이코스는 한번더 생각해봐야할듯 싶다.
길은 낙옆에 묻혀서 등로 찾기가 여의치 않고 간간히 붙어있는 표지기를 따라서 계속 하산중이다.
앞서 간사람은 어지간히 빠른가보다. 나도 느린발은 아닌데, 어디까지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에혀~~~! 등로가 험한데다 확실치 않아 하산속도가 느리다.
한참을 내려왔다. 그런데 저쪽에서 사람이 불쑥 나타나는데, 아까 앞서간 그사람이다.
등로 찾기가 어려워 등로를 벋어나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왔다고 한다.
"오늘 여러사람 길잡이 해주는군... ㅡㅡ;;"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니 용담폭포이다.
산행의 날머리가 그렇게 반가운적도 없었던것 같다. 보통 산행의 미련이 남기 마련이었는데...
그렇게 오늘의 산행도 마무리 되었다.
다음번 즐거운 산행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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