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3. 21:56ㆍ등산 이야기
1996년 12월말 많은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때,
수원의 모대학 전산과 B반의 학생들 20여명은 수원 터미널에 모여 버스에 몸을 싣는다.
2년간의 짧은 대학시절을 마감하며 사회로 나가기전 마지막 엠티를 가고있는것이다.
목적지는 무주의 덕유산.
아쉬움반 기대반 들뜬 그들은 충북영동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삼공리에 도착하여
2박3일동안 머물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곧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음주문화가 꽃을 피운다.
헤어짐에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대한 기대와 두려움...
그동안 미안함과 고마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하여...
이야기는 밤새도록 끝날줄 모르고 술자리도 이어졌다.
새벽 하늘이 파랗게 밝아올때즈음하여 다음일정을 위하여 잠시 눈을 붙였다.
한두시간쯤 잤을까?
울과 맏형 종규형주도하에 아침식사가 준비가되고
자는사람들 깨워서 비몽사몽간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아침 열시즈음하여 둘째날 계획대로 덕유산 향적봉을 향한다.
스물한살 무서울거없던시절 용감한건지 무식한건지 츄리닝하나에 잠바 걸치고
운동화, 간혹 구두신은 이들도 보인다. 어쩌다 등산화 신은사람은 불과 몇명...
한참을 걷다보니 백련사에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다함께 같이가다가 가파른 된비알이 시작되자 선두와 후미가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선두에는 태권도, 유도, 쿵푸등 나름 운동좀 했던 남학생들 체력은 자신하는 이들이라 거의 남들 두배의 속도로 올라간다.
나보다 앞에보이는 이들은 무조건 추월하며, 이건 등산을 온것인지 산악구보를 온것인지... ㅡㅡ;;;
주변을 감상할 시간도없이 그렇게 오르다보니 백련사를 통과하여 한시간반이 채 안걸린것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 겁없는 청춘들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도시락도 없이 물통하나없이 맨몸으로 덕유산 향적봉을 오른것이다.
남들이보면 기가찰 노릇인것이다.
그래도 카메라는 무슨정신에 챙겼는지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한다.
묵은 앨범속의 사진으로 미루어볼때 정상에 도착했을때 날씨는 좋았던것 같다.
올라올때 그랬던것처럼 하산길에서도 속도를 내는데, 내리막에서 탄력붙으니 걷잡을수 없을정도로 속도가 붙는다.
당연히 아이젠도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얼마쯤 내려왔을까 한참을 내려왔으니 7부능선까지는 내려왔을듯 싶다.
여학생들과 같이 올라가는 동기녀석들이 보인다.
시간도 늦었고 지금 올라갔다 내려오겠냐고하는데 같이간 여자동기생이 죽어도 올라가야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정상으로 향한다.
반쯤 탈진한걸로 보이는데, 본인이 저렇게 고집을부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것이다.
아까부터 허기가 지더니 이젠 배가 고프다. 남들 챙겨줄 정신이 없다.
그렇게 동기들을 뒤로하고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에서 기다리다가 아래있는 매점으로가서 컵라면 하나씩먹고 기다리는데, 나중올라간 녀석들이 내려오지를 않는다.
"이거 다시 올라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결국 의논끝에 세명은 정상으로 두명은 숙소에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를 포함한 세명은 구조대가되어 정상을 향한다.
날은 저물어가고 기온도 점점 내려간다.
세명은 뛰다시피하며 정상을 향했다.
목구멍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정상을 향하는데, 저만치에서 사람소리가 들리는것 같다.
맞다. 아까 고집피우며 올라간 동기녀석이다.
여자동기는 아침도 대충먹은데다 그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몇시간을 산에서 헤메인덕분에
거의 탈진해서 제대로 걷지도못하는것을 남동기생이 부축해서 겨우겨우 내려오고있다.
여기서 교대하여 고생했으니 먼저내려보내고 구조대녀석들이 번갈아 부축하며 백련사까지 내려왔다. 한숨 돌렸다.
아까 그 매점까지 내려와서 라면하나씩 먹이구 몸 녹히는데 나머지녀석들이 안보인다.
아까는 분명히 뒤에서 쫒아오는중이라고 했건만...
이젠 날도 완전히 저물고 달빛에 의지해서 숙소를 가야하는데,
이녀석들은 아직 저위에서 내려오질 않고있으니 어찌할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구른다.
매점에서 렌턴을 하나 빌리고 결국 아까 올랐던 세명이 다시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간다.
그 백련사코스의 계단은 어찌나 끝이 안보이던지...
아까 탈진한 녀석들 만난곳 근처까지 간것같다.
저쯤에서 재잘재잘거리는 사람들 소리가들린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울 동기들이다.
그런데 이녀석들은 많이 걱정했던바와 달리 상태가 괜찮다.
알아보니 정상에서 어린학생들 고생한다고 아저씨들이 주는 이것저것 얻어먹고 그러구 놀다 왔다구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나중에 올라올때는 친구넘들한테 너무 늦으면 119에 조난신고해달라하고 올라온거구만 이녀석들은 그렇게 걱정한걸 아는지 모르는지...
불빛이없어 내려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단다. 그나마 바닥에 쌓인눈에 달빛이 반사되어 겨우겨우 길 찾아 내려왔다는데,
사고없이 내려와준것도 고마워해야지.
환한 달빛을받으며 겨우겨우 숙소로 도착했다.
도착해서보니 밤 열두시를 훌쩍넘긴시간.
무식한건지 용감한건지 그렇게 사연많았던 덕유산행은 큰사고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덕유산 절대로 안간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강산이 변한다고하는 10년의 세월이 흐르고 2006년 나홀로 옛추억을 되새기며 덕유산을 찾았다.
역시 사람들이 왜 많이 찾는지 그 명성을 실감하고서는 해마다 한번씩은 찾게되었다.
이번산행은 4번째 찾아가는 덕유산이다.
코스는 삼공리출발 ~ 백련사 ~ 오수자굴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삼공매표소 원점산행이다.
코스가 그리 힘든코스는 아닌데, 워낙 거리가 있다보니 함부로 가자구 하지는 못하고 벙개산행 공지를 올렸다.
참석자는 나를 포함 인숙누나, 종수, 종민, 종웅, 상근 총 6명
날씨 예보는 약간 쌀쌀하며 눈이나 비가 올수있다고 해서 날씨가 안좋을까바 살짝 걱정이 된다.
그래도 출발 당일아침에는 날씨는 무난했고 참석하기로 했던 멤버들 전원 수영장앞에 모였다.
상근이가 조금 지각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ㅋㅋㅋ)
세명씩 내차와 종민이차에 나누어타고 무주로 향한다.
중간에 하행 천안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하고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를 달린다.
대전을 지나가니 주변으로 고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1,000 고지를 훌쩍 넘어보이는 산허리에는 구름이 걸려있다.
무주에 도착하니 9시 50분 중간에 아침식사시간 30분 포함 2시간 30분정도 소요된것 같다.
도착하여 여장꾸리고 화장실가서 몸좀 가볍게 해준뒤 각자 가볍게 몸도 풀어준다.
그리고 입구에서 모여서 아저씨께 부탁하여 단체사진 한장찍고 출발 (10:10)
출발하는데 눈발이 흩날린다.
앞으로 그리고 뒤로 많은사람들이 줄지어 백련사까지 뚫려있는 도로를 힘차게 걷는다.
항상 느끼지만 이거리가 참 힘들다.
차라리 산길을 6키로 걷는것이 편할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저런예기 떠들면서 한참을 걷다보니 백련사에 도착한다 (11:28)
한시간넘게 걸었으니 잠쉬 쉬어가기위에 배낭도 좀 벗어놓구 준비해간 간식거리로 영양보충도 해준다.
백련사앞 갈림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련사를통해 향적봉으로 바로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우리가 가야할 오수자굴쪽은 사람의 인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백련사를통해 향적봉으로 오르자는 의견이 잠깐 나오긴 했지만 원래 계획했던대로 오수자굴을 향한다.
오수자굴까지는 계곡을따라 완만한 산길이 해발 1,200고지 근방까지 이어진다.
산죽밭을지나며 쭉 이어지는 완만한 산길은 오수자굴 근처에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오수자굴이 가까워지자 인숙누나가 힘이든 기색이다.
그래도 조금만더 조금만더 가서 쉬자고해서 결국 오수자굴에서 다시한번 배낭을 벗고 간식거리를 먹는다.(12:30)
상근이가 배가 고픈모양이다.
오수자굴에서 한 무리의 산악회가 자리를펴고 점심식사를 하는것을 봐서 그런지 점심을 먹자고 하는데,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 정상까지 오르기 힘들것같아 간식거리 더 먹으라하고 발길을 옮긴다.
오수자굴을 넘어서자 주변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구름속으로 들어와 구름속 등산로를 걷고있다.
구름속의 산죽밭길
그렇게 오르기를 한참 비탈길에서 완만한 산길로 바뀐다.
산아래는 나뭇잎에 눈이 살짝 내려앉은 정도라 눈꽃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었는데,
지대가 점점 높아 구름속으로 들어가버리자 구름의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상고대를 연출한다.
상고대가 있는 구름속의 산책로를 걷다보니 중봉이 가까워진다.
식사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비록 간식거리로 계속 보충해주기는 했지만 끼니를 대신하기는 부족했다.
그래서 바람이 없는 넓직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는것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향적봉 대피소까지 가자고 한다.
정상부근 능선을 올라타자 전화가 터지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전화해야하는데 전화가 안터진다구 안절부절하던 인숙누나는 전화가 터지는걸 확인하자 전화기부터 꺼내든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던님(???)과 통화를 하고나서야 중봉에 올라설수있었다.(14:00)
중봉에서의 눈꽃
중봉에서의 눈꽃2
정상부근에서는 눈발과함께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눈꽃이 장관을 이루었고, 향적봉 가는길 곳곳마다 주목이 서있는데,
이리봐도 멋있고 저리봐도 좋다.
덕유산의 대표주목
바람에 실려와 나뭇가지에서 꽃을피우다.
헬기장의 주목
바람에 취하고 눈꽃에 취하고 주목에 넋을 잃고 가다보니 향적봉 대피소가 나온다.
종수와 상근이가 먼저가서 자리잡고 있겠다고 했는데, 자리는 잘 잡아놨나????
대피소안은 만원이어서 많은사람들이 대피소주면 바람 피할수있는 곳에 자리를잡고 식사중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종수와 상근이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인숙누나가 준비해온 죽으로 속을달래고, 라면을 끓이고, 상근이가 준비해온 설중매한잔...
그리고 인숙누나의 소주도 곁들여졌다.
눈내리는 정상에서 뜨거운 라면국물에 김밥 그맛이 아주 끝내줘요.
대피소 바깥풍경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15:25)
여장정리하고 아이젠 착용하고 장비챙겨 향적봉 정상을 노린다.
정상을 눈앞에두고 앞에서 진행하지못해서 등산로가 많이 밀린다.
천천히 오르면서 왼쪽을 바라보는순간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야~! 저쪽좀 봐봐" 다들 감탄사를 터트린다.
정상아래에서
운해가 파도치며 능선을 넘어가고있다.
발길을 서둘러 정상에 올랐다.(15:35)
파도치는 운해를 배경으로 한장
운해뒤로 남덕유와 서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바람이 차기는 했어도 눈앞의 펼쳐지는 장관에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정상에서 사진도찍고 경치감상도하다가
빼놓을수 없는코스 정상석 인증샷
이번에도 지나가는 아저씨께 부탁했더니 한장찍고 확인샷 한번더 날려주시는 센스...
그렇게 정상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에 바라본 풍경 운해가 백두대간을 넘어가려는가 보다.
앞에 보이는봉우리가 투구봉쯤 될것같다.
하산길의 반생반사의 주목
가파른 하산길이 백련사까지 쭉 이어진다.
길은 눈길이라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아이젠이 있어 별 다른 문제없이 백련사에 도착(17:00)
백련사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다.
백련사에서 사진도 좀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시간적인 문제로 바로 매표소로 향한다.
백련사에서 아이젠을 벗고 등산화만 신고 가는데, 해떨어지면서 기온이 내려가 바닥이 얼어 미끄럽다.
어려운코스는 잘 통과해놓구 다 내려와서 다칠뻔... ㅡㅡ;;
백련사에서 매표소를 향하는중에...
6키로가 멀기는 멀다.
해는 저물고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다.
걸음에 속도를붙여 빠른속도로 걷는데도, 이 매표소는 어디에 있는건지 나오지를 않는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길을 걷는데, 지난 덕유의 아픔이 떠오른다.
한참을 가고나서 매표소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오늘도 무사히 즐거운 산행을 하였음에 감사하고 함께해준 동료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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