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 두번째 이야기

2013. 6. 18. 17:25자전거이야기

지난 겨울부터 계획을 해왔다.

언제갈까 언제갈까 갈날만을 손꼽아기다리다

드디어 6월중순쯤으로 날자를 확정하고 같이갈사람을 알아본다.

일단은 임팩이와 일정을 맞춘거니 임팩이는 갈꺼고 더 갈사람은 없나?

다들 비경쟁투어에 흥미는 없는듯하다.

결국 임팩이와 둘이가는 모양새로 굳어지는듯 했는데,

어쩌다보니 바비형, 환이, 정희, 수겸이까지 합류하게 되어 총 6명이 지리산을 향하게 되었다.

대대적으로 공지를해서 여럿이 가면 좋기는 하겠지만,

일정 및 코스의 난이도, 자전거수송등 이런저런 여건상 본의아니게 비공개로 진행대었다.

5월초까지 오리털 패딩을 벗지못하게 하는 그런날씨속에 그렇게 어렵게 봄이 오더니

패딩을 벗자마자 바로 불볕더위가 시작이 되었다.

6월이 대자마자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뉴스에서는 연일 관측이래 최고라고...

그리고 투어다음날 부터 장마가 시작이랜다.

그리고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는 만원사례 거기에 엠티비유저까지 복작복작한 밤기차는 어둠을 달려 세시가 좀 넘으니 구례구에 도착한다.

구례구에 도착하여 우유와 김밥두줄로 배를 채우고 화장실에서 경량화 작업까지 마친다.

 

새벽 04시 구례구역을 출발한다.

불빛하나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리다보니 구례시내를 통과하고

논에서 우는 개구리소리만 가끔씩들리는 고요하다못해 적막감까지 감도는 시골길을지나 지리산입구에 도착한다.

다들 컨디션이 좋은지 업힐 시작과 동시에 휘리릭 사라져버린다.

남겨진 평지대마왕 수겸이와 둘이서 사이좋게 올라간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않은 지리산의 깊은 골자기 사이로 새벽공양을 알리는 산사의 타종소리가 퍼져 나간다.

하늘은 점점 파랗게 여명이 밝아오고 숲속에서는 일찍일어난 새들의 지저귐이 싱그럽다.

슬슬 하늘이 밝아오면서 도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날이 완전히 밝아지면서 다시 혼자 올라가기 시작한다.

지리산의 맑고 시원한바람 물소리 그리고 나의 거친숨소리만이 있을뿐이다.

가끔 미친듯한 경사도의 헤어핀은 멘붕을 불러오기도한다.

그래도 다리에 쌓이는건 젓산이 아니고 지리산의 정기라고 생각하니 오를만하다.

작년에 오르고 두번째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암튼 힘들지만 기분은 좋다.

어느분의 블로그에서 본 문구중 "기분좋은 고통"은 이런것???

그렇게 시암재 휴게소를 지나고 저멀리 성삼재 휴게소가 보인다.

먼저 올라간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란 생각에 조금더 힘을 내어본다.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하니 먼저도착한 일행들이 반겨준다.

그리고 드랍잡고 댄싱하며 연출사진도 찍어보고.... ㅋㅋㅋ

성삼재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날 좋을때는 남해 다도해까지 보이는데, 아쉽지만 지금은 계절상...

잠시후 수겸이까지 성삼재 도착.

잠시 쉬었다 에너지바로 보급을해주고 다음고개 정령치를 향해출발.

단체사진 한장이라도 찍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못한게 좀 아쉽다.

성삼재를 오르면서 땀을 많이흘렸더니 몸이 흠뻑 젖는바람에 다운힐은 좀 춥다.

다운힐을 마치고 바로이어지는 정령치 업힐

심한경사도와 완만한 경사도의 콤보조합이후 이어지는 깔딱고개....

이구간이 이렇게 힘들었었나? 성삼재보다는 훨씬 수월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작년보다 경사도가 높아진건지 깔딱고개가 길어진건지 어째 더 힘든것같다.

누구야? 누가 여기 경사도를 늘려 놓은거야? 내가 맨붕이 오는거야?

아~! 그렇게 슬슬 정줄을 놓아가는데, 저만치 정령치 휴게소가 보인다.

겨우겨우 정줄을 부여잡고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한다

정령치에 올라보니 시야가 확 트인다.

저멀리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요앞에 반야봉부터 지리산 능선이 다 보인다.

한참 등산에 빠져있을때는 저 지리산종주를 한번은 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못했다.

이제는 등산은 잘 안다니지만 아직도 지리산종주는 한번쯤 해보고 싶다.

그렇게 지리주능을 가슴에 새기고 정령치 다운힐

굽이굽이 헤어핀 한번돌때마다 이어지는 급경사에 카본휠셋 열변형오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야겠기에 뿌득뿌득 비명지르는 브레이크를 계속잡으면서 천천히 내려간다.

다운힐을 마치고나니 평지인지 내리막인지 싶은도로가 이어진다.

한번씩 달려보기도하고 심한 안개로인해 서행도 하면서

모심어놓은 논들과 수확기에 들어선 양파밭들 사이로난길을따라 인월면까지 달린다.

일단은 아침식사를 할만한곳을 찾다보니 해장국집이 눈에띈다

들어가서 콩나물국밥 한그릇씩 흡입하고 바로옆 터미널에서 2차 경량화작업까지...

 

밥을먹고났더니 몸이 늘어지는지 속도가 떨어진다.

어느정도 소화될때까지 천천히 가고자하는데, 임팩이가 선두로 나온다. 졸리단다.

하긴 어제 한숨도 못자고 일하다가 바로 자전거 챙겨와서 이렇게 달리고 있으니...

그렇게 얼마를 가다보니 길이 참 이쁘다.

길가에는 수령이 꽤나 되어보이는 아름드리 가로수가 양쪽으로 늘어서있다.

잎이 우거져서 햇빛은 가끔씩 새어나오는 나뭇잎터널이 형성되어있다.

수종은 벗나무같아 보이는데, 4월즈음해서 벗꽃이 필때온다면 더없이 이쁠것 같다.

글고 하늘위로 솟아있는 저 콘크리트 구조물은??? 뭐 하늘길이라도 뚫으려는 건가?

뭐 고가도로 세계 기네스북에 도전이라도 하는거야?

나중에 저곳에 번지점프하는곳을 만들어놓으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수도 있으리라...

뭐 말도 안대는 그런상상과함께 가로수터널길을 지나간다.

평지인가 오르막인가 싶은길을 한참을 달리고나니 가로수터널이 끝남과 동시에 오르막길이 보인다.

아~ 또 시작이구나

성삼재 정령치는 작년에 다녀왔고, 남령 신풍령은 스트라바를 통해 얻은 정보에의하면

대략 옥정재, 엽돈재정도쯤 댈것같다. 길이는 비교불가...

그런데, 이 빼빼재는 스트라바 기록이 전혀없다.

대충 가민 코스파일로 봤을때는 경사도가 심상치는 않았기에 대충 각오는 하고있었다.

역시 시작과 동시에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저만치 헤어핀이 보인다. '헤어핀을 돌고나면 경사도가 조금은 풀리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헤어핀을 돌고나니 경사도에 자비따위는 없다.

저 헤어핀을돌면 좀 나아지려나? 기대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건 나만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아~ 그늘도 거의없고 경사도는 자비없고 다리에는 힘도없고 3無의 경지에 다다른다.

이제 더이상은 못버티겠다. 결국 술도 안먹었는데 갈지자로... 똑바로 갈수가없다.

저 아래서 부~~~~우~~~~웅~~~~!!! 차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갈지자도 못가게 하는거냐? 빨리 지나가라 그래야 내가 산다.

그런데 아직도 아래서 부~~~~우~~~~웅~~~~!!!  아직도 안올라갔냐? 빨리좀 가라고...

뒤돌아볼 여력도 없다. 빨리 지나가기만...

그런데 아직도 아래서 부~~~~우~~~~웅~~~~!!! 이게 머하는 짓이지?

멘탈이 탈탈 털리고있는데, 옆에서 뭐가 부~~~~우~~~~웅~~~~!!!

머여 이제 올라가는거야? 장난하냐? 아~! 내가 미친짓을 하는거냐?

차들도 저리 힘들게 올라가는길을 자전거로 가겠다고 이러고 있으니... ㅡㅡ;;;

날은 뜨겁게 내리쬐고 햇빛피할 그늘도 없고 경사도에 자비도없는 그런길에서 멘탈을 탈탈털면서 올라간다.

경량화를 할수있다면 멘탈이라도 털어서 가볍게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도 빼빼재가 높다하되 하늘아래 고개였다.

드뎌 정상이보이고 정상표지석이 나타났다.

후해령(일명 빼빼재) 옛날 아주먼 옛날 천지가 물바다였을때 이곳에 배를메고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뒷바다재 "후해령"이란다.

다르게 말하면 온천지가 물바다가되어도 이곳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는 그만큼 높다는 얘기가 된다.

암튼 감격스러움에 표지석앞에서 인증샷을 하나찍는다.

스트라바에 어째 기록이 하나도 없을까 했는데, 아는사람들은 다니지 않을만했다.

정상에서 에너지바 보충좀해주고 잠시 쉬었다가 아래 마을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먹기로하고 내려간다.

 

올라갈때와는 달리 반대쪽은 그럭저럭 달릴만했다.

신나게 다운힐을 즐기고 마을에서 아이스크림하나씩빨고 생수도 보충을한다.

그리고 또 달린다. 이번에는 남령(월성재). 평균경사도 7프로미만 갈만하다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초반 3~4%정도의 나즈막한 경사가 이어지더니 중반은 역시나 두자리수 경사도

이동네 업힐은 다 그런가보다

500미터 아래의 언덕은 찾아볼수도없고 200미터급은 과속방지턱수준....

또다시 깨털듯이 멘탈을 도로에 탈탈털고나니 겨우겨우 남령(월성재)이다

여기는 쉴만한 그늘하나없다. 먼저 올라간이들도 없는걸보니 내려가서 기다리나보다.

일단은 나도 시원하게 내려쏴본다. 저만치 슈퍼에 손흔드는 일행이 보인다.

선행 동지들과 합류하고 후미를 기다려 합류한후 점심을 먹을곳을 찾는다.

다음지도를 찾아봤더니 원래코스 155km쪽에는 식당이 없을듯하여 대충 10km정도 코스를 늘려 조금큰마을로 우회한다.

빼빼재 다운힐후 거창사이클에 몸담고있는 분을만나 인심좋은 식당을 소개받고 그리로향한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후룩후룩 흡입한다.

나처럼 콩국수 먹은사람들이야 그렇다쳐도, 김치찌개를 그렇게 흡입하다가 채해요.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식당에서 몸을 식히다보니 의견이 물놀이나 하다가자쪽으로 흐른다.

난 저녁때 집에 손님이 오시기로 되어있어, 나는 함께하지못한다고

일행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무주로 향하려는데, 임팩이가 선뜻 동행을 자처한다.

이렇게 중간에 일행을 갈라놓는건 마음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기는 해야 하기에

임팩이와함께 둘이서 일행들을 뒤로하고 안장에 몸을 싣는다.

밥도 잔뜩 먹었더니 배가불러 움직이기도 힘들다. 너무 먹었나벼.

앞으로 약 40키로... 120키로도 넘게 달려왔는데 그거 하나 못넘으랴 하는 맘으로 페달을 굴린다.

낙타등 몇개 넘으니 저멀리 신풍령이 보인다.

여기에도 자비따위는 없다. 경사도는 슬쩍 봐주는척 하더니 이제는 그늘하나없는 땡볕이 우리를 반긴다.

그래도 높지않은 경사도에 위안을 삼으며 페달을 지지다보니 생각보다는 어렵지않게 넘을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거리 약 25키로 이제는 내리막이니 달려보자꾸나....

임팩이와 주거니받거니 달리다보니 무주리조트

동네에서 콜라한캔 들이키고, 물보충을하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적상산근처까지 왔다.

임팩이는 작년 무주 그란폰도의 감회를 떠올리는듯하다.

맘 같아서는 함 가보고는 싶지만 여건상 다음기회에...

내년에는 무주 그란폰도로 이곳을 다시 찾게 되려나?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무주에 도착하여 임팩이와 악수로 수고를 달래고 버스에오르며

2013년도의 가장 하드코어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코스에 함께해준 일행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바비(이창윤), 환(김기환), 바쁜이(이정희), 임팩타민파워(김태훈), 랜돌이(김수겸)

모두 모두 감사... 또 갑시다. 더 빡신 코스로???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