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두달반만에 다시찾은 설악산

2007. 8. 5. 01:15등산 이야기

8월 2일 기다리던 휴가가 시작되었다.

전에부터 계획했었던 설악산 산행.

그런데 기상예보에서 태풍이 올라온다고한다.

일본으로 상륙했던 태풍은 밤과 오전에 동해로 빠져서 지나갈것이라한다.

울나라도 간접영향을 받으며 곳곳에 비가올것이라고 한다.

몇일전에는 등산객들이 번개맞아 몇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터라 갈등이 있긴했지만

낮에 일좀보고 밤 10시 30분 애마를 타고 혼자 설악산으로 향했다.

한창휴가철이라 그런지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강원도를 향하는 차량의 꼬리는 끝날줄을 모른다.

간간이 이슬비가 흩날리기도하고 대관령 부근에서는

바로앞차까지 정확하게 안보일정도로 심한 안개구간도 지나면서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설악동에 도착했다.

계획은 설악동출발 공룡능선타고 대청에 오르고 다시 천불동을 거쳐서 설악동으로 회귀.

지도상으로는 대략 거리 25km 약 15시간 코스 쉽지않은 여정이 될것이라 예상해본다.

 

설악동에 도착하여 주차를하고 시간을보니 3시를 조금 넘긴시간이다.

입구에는 바람쐬러 산책하는 호텔 투숙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몇몇이있고

등산객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산책하던이들마져 사라지고나니 적막한 고요만이 흐른다.

긍데 주책맞게도 이시점에서 여름이라고 한창인 공포영화를 몇편보았는데,

그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젠장~~~~~~~!

밤길 그것도 산길을 혼자가야하는데, 이래서야... ㅡㅡ;;;

밤잠안자고 직접운전해서 달려왔더니 눈꺼풀이 무거워지는것을 느낀다.

그래 잠깐만 눈 붙였다가 올라가는사람 있으면 같이가던가, 아니면 혼자서라도 가는거야.

그렇게 잠시 눈을 붙였다 떼었는데, 30분이 훌쩍 넘어 4시를 향해가고있다.

이런 늦었다. 대청까지 가려면 바쁘겠군...

얼릉 복장이랑 장비챙겨서 매표소 입구까지 걸어갔다.

 

4시 10분 산행시작

비가안와서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툭툭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여기까지와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가다보니 앞서 출발한 두팀이 보인다.

한팀은 서울서온 부자이고 한팀은 학생들로 보이는데, 그냥 스니커즈화에 백팩도 아닌 사이드팩차림이다.

학생들은 계곡에 놀러온팀인줄 알았는데, 대청까지 갈꺼라한다.

저차림으로 쉽지 않을텐데...

뭐라하기도 하고해서 렌턴불빛에 의지하며 걸음을 옮긴다.

학생들은 이내 빠른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지고, 부자팀과 같이가는데, 초행길이란다.

렌턴불빛에만 의지하다보니 중간중간에 길을 헤메이기도한다.

나도 같은 초행길이지만 내가 앞서가고 둘이 나를 따라오는 형상이다.

비선대에 도착하자 먼저간 학생들을 다시만났다.

학생들도 초보에 초행이라며 내뒤를 따른다.

'어? 코스가 다른데... 길찾기가 쉽지않아 날 따라오나?' 부담만땅...

한참을 걷다보니 금강굴입구 갈림길에 도착했다. 먼저온 한팀이 쉬고있다.

이런저런예기나누다가 길이바빠 먼저 일어섰다.

금강굴에들러 합장한번하고 돌아서니, 부자팀도 날따라왔다.

내려가야하는데, 대청가는길인줄알고 따라왔단다. 어찌나 미안스럽던지...

그리고 그제서야 그사람들은 천불동으로 가야는데 어쩌냐고 물어본다.

이런 당혹스러울수가... 난 분명히 마등령으로해서 공룡탈거라고 했거늘...

그때 먼저와서 쉬던팀이 공룡능선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니까 이기회에 함 타보라고한다.

그렇게 다시 일행이 형성되었고 날이 점점 밝아진다.

 

초행이라 길도모르고 계속해서 내뒤를 따르더니 결국 힘들어서 쉬어간다고 나보고 먼저가란다.

그들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얼마안가니 야영하는 한팀을 만날수가 있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묻길래 대청들러 다시 설악동으로 갈꺼라하니 무리라고 말린다.

하긴 내가봐도 말리고 싶었을거다. 6시가 넘었는데, 마등령까지 절반도 못왔으니...

날이 밝아오는것과 비례해서 안개가 자욱해지고 조금더 지나니 안개비로 변했다.

아마도 동해상의 태풍이 몰고온것이겠지. 그래도 비가아닌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앞서간 한팀을 만났다.

휴가철이긴해도 평일이다보니 다들 부자, 연인, 친구 단촐하게 온팀들이라 산은 한적한게 좋았다.

잠깐 이야기 나누며 같이걷다 이내 다시 혼자서 간다.

얼마를 더가다보니 7시 20분 마등령 정상 표지판이 보인다 얼마나 반갑던지...

잠시 숨을 고르고 영양보충을 위해 준비해간 간식거리 쵸코파이 하나를 먹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

안개비에 젖고 땀에젖고 온몸이 흠뻑 젖어간다.

마등령을지나 큰봉우리 하나를 지났다. 심한 안개 때문에 바로 앞의 봉우리도 보이지 않는다.

절경을 볼수없는 아쉬움이 얼마나 크던지 하지만 그 덕분에 앞만보고 걸었더니 까먹은 시간은 어지간히 벌은것 같다.

앞서가는 사람도 지나쳐가는 사람도 없는 그런 한적한 산행 참 매력있다.

조용한 고독도 맛보고 가고싶음 가고 싫음 쉬어가는 자유로움도... 이게 나홀로 산행의 매력이 아닐런지...

그렇게 혼자서 계속가다 큰봉우리를 하나를 넘는다.

가도가도 꼭데기는 나오질않고 살짝 완만한길이다. 잠시 숨을고르고 쉬어갈까 싶었는데, 마저 올라가서 쉬자.

어라 안개땜에 안보여서 그랬지 이거 오름길이 끝이 없다. 거기서 주저 앉았으면 막막할뻔 했다.

이 악물고 정상에 올랐을때 먼저온 두명이 쉬고 있었다. 한명은 대전 한명은 인천에서 왔다고 한다.

이런 저런예기나누다보니 맞은편에서 한명이온다.

인사한번 주고받고 행선지를 물어보니 설악동으로 내려간다한다. 희운각에서 출발하여 1시간 50분 걸렸다고한다.

공룡의 절반쯤 왔구나하고 짐작해본다.

다시 걸음을 옮겼을때 일행은 셋이었고, 내가 앞장서고 둘이 뒤로 나를 따라오는 형국이다.

이후로 맞은편에서 오는 이들도 많이 만날수 있었다.

안개로인해 시야는 불량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시간으로 위치를 짐작할 뿐이다.

또다시 큰봉우리를 하나 만났다. 흐미 징한거 올라도 끝이 안보이네 그려...

얼마를 올랐을까 봉우리 정상이다. 시간따지며 짐작해보니 지도상 신선암 근처가 아닐까 한다.

아까 지나오며 한아주머니가 큰봉우리 하나 넘었다고 했던말이 생각난다.

이게 그봉우리라면 희운각까지는 내려가면 되는것이다.

맞았다. 바위하나 돌아서니 신선봉 이정표가 있었고, 얼마안가 희운각에 도착하였다.

희운각 도착시간 10시 45분. 공룡능선을 3시간 반이 안되어 넘은것이다.

가져간 점심을 준비하며 시간을 따져보니 그러하다. 옆에 있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듣더니 놀랜다.

5시간 코스를 안개때문에 앞만보고 걸었더니... ㅡㅡ;;;

라면 끓이고 국물에 밥말아먹고 속이 든든해졌다. 11시가 좀 넘는다.

하늘이 열리려나 속으로 생각하는데, 인천서 오신분이 물어본다. "해가나면 어떻게 하실거에요?"

대전서 오신분은 다시 공룡을 타고 싶지만 아래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냥 내려가신다하고

"저야 당연히 대청으로 가야죠. 어떻게 하실건데요?" 물어보자

"해뜨면 대청가려고 물어본거죠" 한다.

11시 10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인사를하고 그렇게 셋은 다시 둘이되어 대청으로 향한다.

또다시 끝없는 오름길이 이어진다. 대략 40분을오르니 소청갈림길이 나온다.

같이 가신분이 봉정암이 가고싶다고 한다. 난 대청을 가야하겠기에 그럼 대청은 안가실건지 물어보았다.

대청을 갈것이라고 하신다 그럼 일단 대청까지 동행하기로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래 안개사이로 중청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청도 선명하게는 아니어도 안개사이로 형상은보인다. 안개가 걷힐것 같다.

부지런히 대청을 향한다. 중청대피소에서 절반쯤 올랐을까? 대청의 안개가 완전히 가셨다.

다시 안개가 오기전에 서둘러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재촉했다.

햇살이 뜨겁긴해도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까지 바람없이 안개속에 갇혀있던 기분이 날아간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12시 20분 대청봉 정상

발아래로는 온통 구름바다이고 대청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은 장관이었다.

먼저온 사람들 정상석 사진찍고 순서를 기다려 나도 정상석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상의 기분을 만끽하며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한 두다리에게도 잠시의 휴식을...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대청은 약 30분정도만 열렸는데, 운이 좋게 그시간을 잘 잡은것 같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려가기만하면 된다. 그런데 썩 반갑지많은 않다.

오르막이 힘들긴하지만 나는 내려가는길이 더싫다. 좀 취향이 특이해서... ㅡㅡ;;

다시 소청 갈림길이다. 인천서 오신분은 봉정암으로 향하신다.

덕분에 오늘산행 즐거웠습니다. 가시는길 조심해서 가세요. 인사를하고 다시 혼자다.

내려가는길 혼자 가려니 힘이 안난다. 아니 올라가느라 힘을 소진한 탓이겠지.

14시 05분 다시 희운각이다.

"안녕하세요"

"누구시더라..... 아까 처음에 보신분인가?"

산에서 흰옷입은사람들을 별로못봐서인지 흰옷만 기억한다.

금강굴에서 봤던 그 부부는  천천히 즐기면서 올라가는 중이란다.

 

한참을내려와서 천불동 계곡이다. 설악은 계속 짙은 안개속이다.

기암절벽의 절경을 제대로 볼수없는것이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아쉬움을 달래며 하산을 계속하던중 안개가 서서히 걷혀간다.

심한 안개때문에 사진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시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안개는 어느정도 걷히고 약한 이슬비로 바뀌었다.

다리에 힘도 풀렸는데 잘 되었다.

구경하면서 천천히 내려가면 되겠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기암절벽이 계곡 양쪽으로 펼쳐있는데,

무슨 독불장군이라고 계곡 가운데 바위가 떡 버티고 서있다. 귀면암이다.

그렇게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내려오는데, 다리에 힘도 풀리며 힘들어진다.

쉬고싶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마침 등산로 옆 딱 좋은 바위가 보인다. 

계곡바위에 걸터 앉았다.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담그고 바위에 누웠다.

이게 신선이지...

다시 몸을 추스려 소공원을 향했다.

비선대를 지나고 가지고있던 물도 체력도 바닥이다.

신흥사가 나타나고 올라갈때는 어두워서 못봤던 거대한 통일대불이 먼저 눈에 띈다.

통일대불을 뒤로하고 저만치가다보니 케이블가가 열심히 올라가더니 이내 구름속으로 사라진다.

케이블카가 어찌나 부럽던지.

그래도 케이블카타고 다녀온 이들은 이기분 모를꺼다.

 

17시 35분

설악동 매표소 도착

장장 13시간 반에 걸친산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산행정리

산행지 : 속초시 소재 설악산

산행코스 : 설악동 -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희운각- 대청봉 - 희운각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설악동

산행거리 및 시간 : 24.9km (13시간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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